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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일상과 AI: 대체 불가한 인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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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조회수: 149 날짜: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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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고문을 시작하며 – 동기와 앞으로 계획


2019년 재직 중인 대학에서 인공지능 관련 강의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인공지능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당시에는 챗GPT와 같은 도구도 없었고, 지금처럼 인공지능이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고, 이어 챗GPT의 등장은 인공지능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며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제는 신문, 유튜브, 뉴스 등에서 인공지능 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대학교에서 인공지능 강의를 하며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고 있는데, 학생들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주변의 다양한 인공지능 사용자들과 교류하다 보니 인공지능에 관한 생각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생각을 신문 기고와 같은 공간에 주기적으로 정리해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결국 AI 기고를 결심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생활 / 기술 / 과학 / 사회 / 철학 / 미래 전망”과 같은 큰 주제로 나누어, 번갈아 가며 연재 형식으로 글을 써 내려갈 예정이다. 보안 관련 미디어이지만 보안에 국한되지 않고 기술적인 용어를 최대한 줄여서 일반인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을 담담하게 기고할 예정이다.


AI 시대, 인간이 빛나는 일


유튜브만 보아도 여러 전문가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일자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듯이, AI가 대체할 일자리에 관한 질문은 낯설지가 않다. 대학에서 근무하다 보면 주위에 본인의 직업이 안전한지 자녀를 특정 과에 진학을 시키는 게 맞는지에 대한 질문을 간혹 받곤 한다. 그래서 기고문의 첫 번째 주제로 AI시대의 직업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AI가 여러 직업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모든 직업이 동일하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일은 AI가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지만, 어떤 영역은 여전히 인간만이 맡을 수 있다. 최근 발표된 Future of Work with AI Agents (Shao et al., 2025) 논문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I 시대에 일자리의 변화와 인간의 역할이 어떻게 재편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제시하는데 AI가 반복적이고 데이터 중심의 업무를 흡수하면서, 인간 고유의 능력(창의성, 공감, 복잡한 조직 관리 등)은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에서 설문 응답자들은 당연하게도 반복적 저부가가치 업무를 AI에게 맡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인간의 개입을 원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AI가 모든 걸 다 대체하진 못한다는 믿음이 있어 보인다.

그림1: 임금과 인간 주도성의 상관관계 (논문 이미지 재구성)
 

논문에서 주목할 점은 인간의 고유 역량(인간 주도성)과 임금의 상관관계가 과거에서 AI시대에 따른 변화이다. 대인 관계, 조직 운영, 공감, 협업 같은 역량이 새로운 고부가가치로 떠오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더십 코칭이나 팀 빌딩 같은 역할은 AI가 데이터로 지원할 수는 있어도,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감정을 연결하는 건 인간만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팀의 갈등을 조율하거나, 교사가 학생의 동기를 끌어내는 건 AI가 흉내 내기 힘들다. 기존에 낮은 임금을 지급받던 돌봄 노동이 인간 주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서 임금이 기존 대비 높아지고 있다. 공감과 정서적 소통이 핵심인 이 분야는 AI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논문에서는 AI 일자리를 단순히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역할과 가치를 재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AI가 분석과 효율성에서 강점을 발휘하지만, 공감, 창의적 문제 해결, 복잡한 조직 관리, 윤리적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특히 임금 구조가 인간 고유의 역량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건, 앞으로 교육과 훈련이 이런 스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AI는 도구로 엄청난 기회를 주지만, 인간의 가치는 ‘인간다움’에서 더 빛날 것이다. 


AI 시대, 인간의 일을 지켜주는 6가지 체크리스트(창의성, 공감, 복잡한 의사결정, 윤리적 판단, 신체 기술, 라이브 상호작용)


AI가 빠르게 확산되는 오늘, 어떤 일은 기계로 대체되기 쉽지만 어떤 일은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일들이 그런 직군이 될 거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이 빛나는 능력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Wealthwaggle(2025)에서 제시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4대 인간 역량과 스탠포드 대학에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고된 2가지 역량을 추가하여 AI 대비 인간의 고유한 강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첫째, 창의성과 독창성: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찾아내거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새로운 통찰이나 전략을 만들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영역은 AI가 쉽게 침범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처럼 기존 산업의 틀을 깨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을 구상하는 건 창의성과 독창성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데, 전기차나 스페이스X 같은 아이디어는 단순히 데이터를 조합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 인간의 비전과 도전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봐야겠다. AI는 시장 분석을 도울 수 있지만, 이런 파격적 혁신은 인간의 감성과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워 보인다.


둘째, 공감과 정서적 소통: 이건 AI의 약점 중 하나이다. Claude나 GPT 같은 모델이 대화에서 감정적으로 보이는 답변을 줄 수 있지만, 그건 학습된 패턴일 뿐, 진짜 공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상담사가 환자의 눈물을 보고 느끼는 진심 어린 동정이나, 친구와의 깊은 대화에서 오는 정서적 연결은 AI가 흉내 내기 힘들다. AI가 '공감'하는 척은 해도, 인간처럼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정은 없으니까, AI가 흉내 낼 수는 있어도 대체하기는 어렵다. 


셋째, 복잡한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 이건 특히 그레이 존에서 빛나는 인간의 강점이다.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정답이 없거나 윤리적 딜레마가 얽힌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기업 CEO가 조직의 장기적 비전을 세울 때, 데이터뿐 아니라 직관, 경험, 인간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AI는 이런 복합적 판단에서 아직 인간을 따라오진 못하고 있다.


넷째, 전문적 책임과 윤리적 판단: 의료나 법률처럼 사회적 신뢰와 윤리가 얽힌 분야는 AI가 단순히 기술적 판단을 넘어서 사회적 신뢰와 윤리적 기준이 따라붙는다. 예를 들어, 환자의 생사가 걸린 치료 방침을 결정할 때, AI는 데이터 기반 추천은 할 수 있어도, 환자와 가족의 정서적 상황이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최종 판단은 의사의 몫이다. 법적 판결도 마찬가지이다. AI가 판례 분석은 잘해도, 정의와 공정성을 인간처럼 고민하긴 어렵다.


다섯째, 섬세한 손기술과 신체 기술: 이건 특히 수술, 공예, 스포츠 같은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AI 로봇이 아무리 정밀해도, 외과 의사의 손끝 감각이나 예술가의 붓 터치, 운동선수의 순간적 균형 감각은 따라잡기 힘들다. 예를 들어, 다빈치 로봇 같은 수술 보조 AI는 정확도를 높여주지만, 최종 판단과 섬세한 조작은 여전히 인간 외과 의사가 해야 한다.


여섯째, 물리적 현장 참여와 라이브 상호작용: 이건 AI가 절대 못 따라오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라이브 콘서트의 에너지, 관객과의 즉흥적 교감, 강의실에서 학생들과의 실시간 소통, 이런 건 AI가 아무리 영상이나 음성으로 흉내 내도 현장의 '살아있는' 느낌을 대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BTS 공연의 열기를 AI 보이스 그룹으로 재현할 순 없다. 


결국, 한 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AI는 도구로 엄청난 힘을 주지만, 창의적 통찰, 깊은 공감, 복잡한 판단, 윤리적 책임, 섬세한 기술, 현장의 생동감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거다. 다만, AI가 점점 발전하면서 일부 영역(특히 창의성이나 의사결정 지원)에서 경계가 흐려질 수도 있으니, 인간은 이 강점들을 계속 갈고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AI 시대, 직업의 네 가지 존(Zone)


세계 경제 포럼에 따르면 2025년까지 약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1억 7천만 개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 2023) 


AI가 빠르게 스며들어 직업이 없어지기도 하고 생겨나기도 한다는데 나의 직업은 생성, 성장, 소멸의 어느 위치에 있을까. 여러 보고서와 전문가들이 제시한 지표를 분석하여, 직업의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보았다.


먼저 ‘안전지대(Safe Zone)’다. AI가 보조 도구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인간 고유의 능력(공감, 윤리적 판단, 고도의 창의성, 손기술 등)이 핵심이라 AI로 대체가 어렵다. 이 직업의 예로는 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 (공감·상담 능력), 치과 의사 (정밀한 손기술과 환자 맞춤형 판단), 최고경영자(CEO), 기업 전략가 (복잡한 의사결정, 리더십), 수석 변호사 (윤리적 판단과 창의적 논리 전개), 숙련 장인(악기 제작자, 고급 요리사 등) 직군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협력 지대 (Collaboration Zone)’다. 이 영역에서는 AI가 일부 반복적이고 데이터 기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지만, 인간만의 판단, 창의, 공감이 여전히 필요하다.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될 거 같다. 


이 직업의 예로는 회계사, 세무사 (기초 계산은 AI, 복잡한 전략이나 컨설팅은 인간), 엔지니어, 과학자 (데이터 분석은 AI, 가설 설정이나 혁신적 사고는 인간), 교사나 교수 (콘텐츠 생성은 AI, 학생 맞춤 지도, 멘토링은 인간), 의사나 간호사 (진단 보조는 AI, 환자 돌봄, 상담은 인간)가 여기에 속한다. 사실 AI를 도구로 사용하게 되면서 기존에 열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할 수 있게 되고 심지어 백 사람이 하던 일을 혼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들도 AI를 적극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고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 AI 도구 활용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세 번째는 ‘위험지대(Danger Zone)’다. 규칙적이고 데이터 처리 중심이라 AI가 쉽게 대체할 수 있지만, 사람 간의 소통이나 상황 판단력이 일부 요구되는 직무가 해당된다. 일반 행정 사무원 (문서 작성 등 반복 업무), 데이터 입력원 (단순 코딩, 수치 기록, 전산 입력), 기본 회계, 경리 담당자 (단순 장부 입력, 기초 계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고위험 지대(High-Risk Zone)’다. 이 영역은 단순, 표준화된 작업이 중심이라 AI, 로봇,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될 확률이 매우 높은 지대라고 볼 수 있다. 단순 조립라인 근로자 (자동화 기계·로봇으로 대체 가능), 단순 계산 및 수납원 (마트 계산원 등), 택배 분류 인력 (IoT, 로봇, 무인화 기계로 대체), 콜센터의 1차 응대 인력 (챗봇, 자동응답 AI로 대체), 기본 문서 번역·교정 (AI 번역·교정기가 대부분 처리 가능)과 같은 직업이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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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위 체크리스트를 안전지대(Safe Zone)로 분류된 몇 가지 직업에 적용해서 이들 직업이 어느 지대에 속하는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첫째, 헬스케어 직종(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 안전지대(Safe Zone): 이 직업들은 공감, 복잡한 의사결정, 윤리적 판단, 신체 기술, 라이브 상호작용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의사는 AI 진단 도구(예: IBM Watson)를 활용해 정확한 진단을 보조받을 수 있지만, 환자의 정서적 상태나 가족 상황을 고려한 치료 결정은 인간에게 강점이 있다. 간호사는 공감과 돌봄이 본질이고, 물리치료사는 환자별 맞춤 재활을 위한 섬세한 손기술과 상호작용이 필수이다. Wealthwaggle(2025)에서 헬스케어를 AI에 강한 직업군으로 꼽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거다. AI는 데이터 분석, 영상 진단, 모니터링 같은 보조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이미 AI가 헬스케어에서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예: AI로 CT 스캔 판독 90% 이상 정확도), 하지만 윤리적 책임(예: 치료 우선순위 결정)이나 환자와의 신뢰 관계는 인간이 주도한다. 다만, 원격진료나 간단한 상담(예: 챗봇 기반 심리 상담)은 AI가 일부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예술 직업 - 배우, 가수(Safe Zone): 현장성과 인간적 카리스마가 핵심이다. 관객과의 실시간 교감, 즉흥적 반응은 AI로 대체할 수 없다. 물론 AI 보컬 합성(예: Vocaloid)이나 가상 배우(예: 디지털 아바타)는 특정 용도(광고, 게임)엔 쓰이지만, 라이브 공연의 감동은 인간이 독보적이다. 


작곡가, 작사가, 미술가, 소설가 - 부분적 대체 가능한 협력 지대(Collaboration Zone): 하지만 같은 예술가라고 모두 안전한 건 아니다. 이 직업들도 물론 창의성이 핵심이지만, 인간과의 직접 상호작용이 적고 PC로 혼자 작업을 할 수 있는 경우 AI의 영향이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이미 음악 플랫폼에서 장르별 BGM을 생성하거나, 소설 초안을 쓰는 데(예: Sudowrite) 활용되고 있다. 또한 Midjourney로 생성한 이미지를 미술가가 재가공하거나, AI가 쓴 가사 초안을 작사가가 수정하는 식이다. 따라서 같은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이더라도 이 직업들은 ‘협력 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초안을 만들면 인간이 다듬고 깊이를 더하는 식이다. AI가 창작 과정에서 도구로 쓰이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지만 여전히 문화적 맥락과 감정적 공명을 만드는 건 인간의 강점이라고 보인다.


셋째, 스포츠 직업(축구선수, F1 드라이버) - 안전지대(Safe Zone): 축구선수나 F1 드라이버는 창의성(예: 메시의 드리블), 신체 기술, 복잡한 의사결정(실시간 전략), 라이브 상호작용(팬과의 열기)이 핵심이다. AI는 훈련 데이터 분석(예: 선수 움직임 추적)이나 전략 최적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경기 중 즉흥적 플레이와 팬의 감동은 인간 선수만 가능하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이 F1 같은 모터스포츠에 적용될 순 있지만, 팬들이 원하는 건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인간의 스릴과 열정이다. 스포츠의 본질은 경쟁과 감동이니까, AI나 로봇이 스포츠 선수를 대체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넷째, 미용사 - 안전지대(Safe Zone): 우리 주위에 많이 볼 수 있는 미용사라는 직업은 어떨까? 미용사는 창의성(독창적 스타일링), 공감(고객과의 소통), 손기술(정밀한 커트, 염색)이 핵심이라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AR(증강 현실)로 스타일링 시뮬레이션(예: 가상 헤어스타일 앱)은 보조 도구로 쓰이겠지만, 실제 시술은 인간의 섬세한 기술과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필수. 예를 들어, 고객의 얼굴형과 취향을 고려해 즉흥적으로 스타일을 조정하는 건 AI가 따라갈 순 없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시술을 시도할 순 있지만,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비현실적이다. 


그림3. AI 영향력에 따른 직업 구분: 안전·협력·위험·고위험
 

AI가 해킹의 공격무기가 된다면?


기고하고 있는 미디어가 보안 관련 매체다 보니 보안에 대해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예전에는 해킹 하려면 코딩 실력, 네트워크 지식, 시간 다 필요했지만, 이제 LLM에 병원 네트워크에 접근해서 데이터를 훔치고 돈을 뜯어라고만 말해도, AI가 코드 짜고 실행 순서 짜고 심지어 랜섬레터까지 써주는 게 가능해졌다. 취약점 스캐너 돌려서 VPN 약점 찾고, 접속 계정 털어서 로그인하고 파일 암호화까지 안 해도 협박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프록시 바꿔서 추적 피하고, 윈도우 보안 우회 코드까지 초보자한테도 '프롬프트 적고 엔터키 하나 누르면' 되는 수준이 돼버려서 기업에게는 AI 자체가 공격무기가 되었다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AI 시대, 보안 전문가의 미래는?


이제 “AI가 보안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안 전문가가 AI로 완전히 대체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I의 영향으로 직업의 역할이 확실히 변하고 있고, 인간과 AI가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다.


보안 공격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알려진 패턴을 탐지하는 데는 AI가 강점을 보이지만, 새로운 취약점과 공격 경로를 창의적으로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예를 들자면, AI 기반 SIEM 시스템은 수백만 건의 로그를 초 단위로 분석해서 이상징후를 찾아낼 수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표적으로 삼는 복잡한 APT 같은 공격기법은 AI가 방어하기가 어렵다. 


이를 막아내려면 보안 전문가의 독창적인 사고와 전략적 방어 능력이 필요하다. 복잡한 의사결정과 윤리적 판단의 예로는 해킹이 감지되었을 때 "위협인지 오탐인지", "즉시 차단할지 지켜볼지" 같은 판단은 정말 핵심이다.


이런 결정은 기술적 데이터뿐 아니라 비즈니스적 우선순위, 법적 리스크, 윤리적 고려까지 얽혀 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에서 이상 거래가 탐지됐을 때, 고객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보안을 유지하려면 미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새로운 취약점을 발견했을 때, 이를 공개할지(풀 디스클로저) 아니면 비공개로 패치할지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파장, 기업의 평판, 국가안보까지 고려해야 한다. AI는 이런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거나 책임질 수 없다.


보안 전문가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최종 책임자가 돼야 한다. AI는 보안 전문가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여줄 수 있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걸 넘어서는 인사이트 도출, 새로운 위협 예측, 사고 대응은 인간의 몫이 된다.


따라서 보안 전문가는 AI와의 협력하는 협력지대(Collaboration Zone)로 분류하고 싶다.


글을 마치며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가 디스토피아(인류 멸망)로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분명 우리의 삶에 편리함을 가져오고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해서 오픈소스로 공개한 알파폴드를 이용해서 수년이 걸렸던 단백질 구조예측에도 쓰여 신약 개발이나 희귀질환 연구 등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클로드 코드나 커서 같은 AI 코드 어시스턴트의 등장으로 1인 기업이 가능해졌고, 젊은 개발자들도 창업을 손쉽게 하게 되었다. 


AGI(범용 인공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나 ASI(인공 초지능,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기술의 특이점이 언제 오느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어떤 분야는 AI가 인간보다 훨씬 똑똑한 분야가 있으므로 특이점이라는 건 어쩌면 한순간에 일어나는 어느 시점이 아니라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맞고 이게 시간이 걸려서 완성될 거라고 생각된다.


테슬라 자동차의 AI 분야를 총괄한 안드레이 카파시는 본인이 자율주행차를 운전했던 게 2013년이었다고 한다. 친구랑 팔로 알토 주변을 40분 정도 운전했고, 고속도로, 도로 등을 달렸는데, 그 당시 차는 완벽한 운전 실력을 발휘했고 완벽한 선물 같은 느낌이 들었고, '와, 자율주행이 곧 실현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주행 엔진을 개발하는 등 지금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여전히 많은 부분에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분명 성공할 것 같았지만 본인의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강국이라 동네 의원들도 대부분 홈페이지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해외업체는 회사 홈페이지조차도 없는 곳이 허다하다. 굳이 해외 사례를 두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상당수의 개인과 기업이 윈도우즈 XP를 사용하고 있고 회사의 자료나 워크플로우가 디지털화(Digitization)가 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AGI나 ASI가 오더라도 실생활에 직접 도입이 되어 인간 생활에 영향을 주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제 첫 번째 기고문을 마치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AI 가 일자리를 뺏어갈까 봐 두려워하거나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는 스스로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꾸준히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한 분야의 깊이를 더해가는 'T자형' 지식을 쌓고 AI는 이를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고 보인다.


[글. 이희정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 연구교수, 스카이칩스 인공지능 기술자문]


◈참고자료:

Shao, Y., Zope, H., Jiang, Y., Pei, J., Nguyen, D., Brynjolfsson, E., & Yang, D. (2025). "Future of Work with AI Agents: Auditing Automation and Augmentation Potential across the U.S. Workforce." 


Wealth Waggle Team (2025). AI-PROOF JOBS: The 50 Careers That Will SURVIVE the AI Revolution in 2025 https://www.wealthwaggle.com/ai-proof-jobs-and-careers-in-2025/?utm_source=chatgpt.com


길민권 기자 mkgil@dailysecu.com


[이희정 교수 AI 칼럼-1] 일상과 AI: 대체 불가한 인간의 가치 | 데일리시큐(https://www.dailysecu.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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